더 벙커(2018) – 왜 이 영화를 끝까지 봤는지

 

언제부턴가 영화 보면 그런 생각이 들곤 해. 아니, 이럴 리가 없어. 내가 본 게 이게 다일 리가 없어. 내가 영화를 잘못 봤구나 내가 놓친 게 있는 것 같아 나의 감상과 판단을 믿을 수 없다기보다는, 이런 영화를 그렇게 많은 제작비를 쏟아 붓고, 많은 사람들이 덤벼들어 만들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며칠 전 그런 영화를 하나 만났는데 실은 영화를 보면서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 하나였다.

내가 이걸 왜 계속 보고있어야만 하는거지…. 시간이 아까운데…. 영화[PMC:더 벙커]를 보면서 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을 생각이었다.

영화 더 테러 라이브의 주연과 감독이 다시 만나 이번에도 일종의 재난(?) 영화를 만들었지만 액션에 주력했음을 알 수 있다. 많은 공을 들인 액션 장면이 빛을 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오래 했다. 그래, 내 머릿속에서 왜 이 영화를 받아들일 수 없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이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끝까지 보았다. 그 답을 얻고 싶어서 왜 이 영화가 형편없다고 판단하는지 그 판단의 근거를 찾기 위해서.

영화가 속도감을 갖도록 하기 때문에 모든 사건의 배경이 빠르게 지나간다. 사설용병으로 작전을 시작한 이들의 눈에 순식간에 북한 고위급 인사의 모습이 보이고, 그를 사로잡아 한몫 잡으려는 용병과 CIA의 눈치를 보는 전쟁이 벌어진다. 결국 행동이 이뤄졌고 이후 영화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영화는 미국 대선일에 북한 고위 관리를 체포해 재선을 노리는 정치적인 이유 등이 빠르게 설명되지만 인물 간의 대화에 몰두할 수는 전혀 없다. 대사가 99% 영어로 진행돼 자막을 읽어야 한다는 부담과 빠르게 전개되는 화면 속 이야기가 동시에 처리되지 않고 있다.

영화 속 액션을 강조하려면 화면에 몰입해야 하지만 자막 부담이 몰입을 방해한다. 그래서 영화의 스토리에 파고들지 못한다. 요컨대 도대체 공격을 할 상대가 정확히 누구인지, 왜 하는지를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상태에서 생존만 해야 하는 상황이고, 그 부분이 납득이 안 되니 영화에 완전히 몰입할 수가 없다. 정리해 보면, 이 영화에서 강조한 신선한 요소가 전혀 영화 속에 녹아들지 않는 것이 가장 결정적인 문제다. 특이한 구도의 액션은 정신 산만한 슈팅 게임 중의 한 장면일 뿐, 지나친 자막은 줄거리 전개 부족에서 나온다. 그야말로 총제적 난국이다. 과유불급이다 그래서 영화든 글이든 담으려 하지 않고 잘 비우는 게 진짜 같다.

여담이지만 이 두 사람은 감독과 배우가 직전에 만났던 더 테러 라이브와 너무 대조적이어서 깜짝 놀랐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나지?

+ CIA 요원으로 계속 등장한 여배우, 어디서 많이 봤나 했더니 BBC 드라마 [오만과 편견]에 등장하는 엘리자벳!이었다.